[다산칼럼] 그들만의 선거제 개편

입력 2023-04-06 17:57   수정 2023-04-07 00:21

국회는 오는 10일부터 나흘 동안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을 토론한다. 4년 전에 다듬었던 선거제를 폐하고 새로 변경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2019년 4월 이후 선거제 변경을 둘러싼 여야 격돌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민주평화당, 정의당 연합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연합의 격렬한 반대를 뒤로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법안과 선거제 개편을 연계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그 과정에서 여야는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동물국회’를 재현했다. 11월 27일 본회의로 법안이 자동 부의되자 황교안 대표는 단식을 시작했다.

민주당에 동조했던 정의당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신속처리안건 지정 원안과 달리 비례 의석이 75석에서 47석으로 축소되고 연동배분도 30석으로 상한이 적용되는 준연동형으로 바뀌자 ‘(민주당에) 배신당했다’는 조롱을 감수해야 했다. 상대의 동의도 없이 룰을 변경하는 ‘명분 상실 배신’의 개편이었다. 거기에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이 출현했고 정치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2019년 선거제 개편은 ‘개악’으로 결론 났다. 그랬던 정치권이 대국민 사과 한마디 없이 다시 4년 만에 선거제 변경에 들어갔다.

전원위원회는 의원들의 말잔치로 끝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여야는 유권자의 표심을 온전히 반영하는 선거제로 변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정당들의 동상이몽으로 합의는 지난할 것이다. 지역구 소멸·축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기에 그저 논의에 그칠 게 분명하다.

모두를 품는 완벽한 선거제 변경이란 없고 자당에 유리한 선거제 밀어붙이기만 존재할 뿐이다. 국민의힘은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민주당은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각기 소망이 다르다.

전원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자당이 제안하는 선거제의 장점만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선거제는 장단점을 함께 갖는다. 국민의힘이 제안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지역구당 3~5명을 선출하므로 사표(死票)가 일부 줄어들겠지만 선거구가 커서 비용이 많이 들고 훗날 정치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 일부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군소정당이 대거 등장할 경우에는 정국 불안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일부가 지지하는 대선거구제는 지역구당 4~7명을 선출하므로 사표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지만 능력보다는 인지도 높은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1지역구에 1인을 선출하기 때문에 사표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지만 당선자 또는 정당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양당제로 안정된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승자독식 선거제’를 고쳐야 한다며 자당에 유리한 선거제만이 최선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비례대표를 늘려 세력 확대를 꾀하려는 속내도 비칠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반반씩 뽑는 독일식을 선진적 제도로 칭송할 테지만 독일식이 한국에도 모범답안일지는 의문이다. 비례대표제가 진보 시민단체 활동가와 노조 관계자, 정당 충성 지지자의 국회 진출 기회만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순번도 결국엔 권리당원이나 팬덤에 우선 배치될 것이므로 비례제 의원은 축소나 ‘지역 소멸’ 대책용으로만 최소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선거제를 4년마다 변경하는 것도 마뜩잖은데 국민이 아니라 정당 마음대로 선거제 변경을 결정하는 방식은 큰 문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 1년 전인 4월 10일까지 지역구를 확정해야 하는데 국회는 그날 선거제 개편 본격 논의를 시작한다니 기가 찰 지경이다.

월급 동결과 함께 의원 수를 늘리자는 꼼수안이 철회되기는 했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여야 타협 후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월급이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의원 특권이다. 유권자의 의사가 무시되고 정당 이익만 좇는 선거제로 변경된다면 국민의 정치 혐오는 더 커질 것이다. 유권자인 국민에게 선거제 개편 방향을 묻는 것이 진정한 ‘개혁’임을 여야는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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